창경궁 고궁음악회 - 국악의 아침을 거닐다

지난 24일 금요일 국립국악원 장악과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7월과 8월의 토요일 이른아침 창경궁에서 있는

창경궁 고궁음악회 '국악의 아침을 거닐다'에 참석해

공연을 보고 최근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악원이 진행하는

고궁을 활용한 전통예술 공연에 대한 글을 국악누리 가을호에

게재했으면 하더군요.

궁중의례 재현행사를 다수 연출했고

또한 고택과 한옥을 활용한 국악공연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어

즐거운 요청이라 생각하고 이른 아침 창경궁을 찾았습니다.

밤새 비가 내리더니 아직도 먹구름이 낮게 떠 있어 과연 몇명이나 왔을까  걱정하며

국악원에서 준비한 차를 받아들고 명정전 뒤뜰로 향했습니다.

국악 이론 및 공연기획, 해설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송해진 교수가 해설을 맡아

편안하면서도  고즈넉한 고궁의 분위기에 젖어들게 합니다.

첫 순서는 전통 성악곡인 시조를 남창과 여창으로 들으니

남창 평시조는 5대째 정가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정규(이동규 선생의 동생)선생이 낭랑한 목소리로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를 들려주셨습니다.

이어서 우조시조는  중견 여창가객인 이준아 선생이 들려주셨으니

월정명 월정명커늘 배를 타고 추강에 나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가운데 명월이라

선동아 잠긴 달 건져라 완월하게....

물기 가득한 하늘과 고색창연한 한옥에서 듣는 풍류음악은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옛 선비의 기상과 호흡을 느끼게하였습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최형선의  궁중정재 춘앵전으로

잠시 봄날의 나른함과  효명세자의 지극한 효심을 떠올린 후

대표적인 전통 관악기인 대금으로 기악독주곡  청성자진한잎을 연주했습니다. 

회랑에 마련한 객석에서 눈을 감고  국악삼매경에 빠진 시민들

지붕의 처마 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점점 개이며 

조금씩 파란 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벽안의 외국인들도 미리 나눠준 영어해설지를 들어다보며

진지한 모습으로 국악을 느껴봅니다.

사회자인 송혜진교수와 함께

옛 선비가 삶의 즐거움을 이야기한 '낙지론'을 함께 낭송하는 시민들

마지막 순서인 별곡

별곡은 영산회상의 구성을  여러가지로 달리하여 연주하는 곳으로

영산회상과는 또다른 맛을 주었습니다.

오늘은  관악 및 현악을 아울러 17명의 큰 규모로 연주했습니다.

덕수궁의 창작 및 퓨전음악회도 쉬고, 창덕궁의 풍류음악회도 쉬기에

가을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하는 아쉬움이 크던차에

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 궁궐문을 열고 우리의 전통음악을 연주한

창경궁 관리사무소와 국립국악원의 준비에 감사를 드리며

8월 15일, 22일, 29일 오전 7시반에

창경궁 명전전에 들려 아름다운 소리의 향연을 즐기고

덤으로 아직 입장객이 없는 고즈넉한 창경궁과

종묘를 거닐 수 있는 행운을 누려보시길 권합니다.

본 공연은 무료이며   국립국악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해야합니다.

(행사를 참관한 중학생 인터뷰 내용 추가)